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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무술
    카테고리 없음 2024. 8. 16. 06:13

    고수를 찾아서 <4> 박귀순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

    "내적철학 없는 무술은 흉기"

    우슈 국가대표 출신, 국내외 각종 대회 휩쓸어

    동양 무술사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문무겸비

    • 글=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사진=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07-04-26 18:48:36
    •  |   본지 27면
    160㎝ 남짓한 키에 50㎏이 될까 싶은 가녀린 몸매. 앳되 보이는 얼굴. 빨간색의 우슈경기복이 아니었더라면 무술인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을 터. 기자의 입에서 절로 쓴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수련을 했다지만 여성이 잘한들 얼마나….

    근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허공을 가르는 발차기, 쉭쉭 소리를 내며 난무하는 검술, 한치의 틈도 주지 않는 봉술, 게다가 한순간에 상대를 메다꽂는 손기술까지. 순간 기자는 뱉었던 웃음을 거둬들여야 했다. 후환이 두려웠으므로. 대체 저 자그마한 몸 어디에서 저런 내공이 나오는 것일까.

    "중국무술은 근육이 작고 조밀조밀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근육이 아주 발달한 사람은 자세가 안나오고 속도도 떨어집니다. 이소룡이나 성룡의 몸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귀순(35)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 13살때 입문한 뒤 20여 년 세월을 중국무술에 빠져 살아온 젊은 여성 고수다.


    # 문무 겸비한 강자

         
     
    부산 출신의 박 교수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에서 특이한 존재다. 우선 실력 면에서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무의미하다. 수상경력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박 교수는 지난 1988년 제1차 중국 우슈 국가대표 부산광역시 선발대회 여자 태극권 부문 1위 수상을 시작으로 1990년 제1회 중화국술 진수산 주석배대회 및 한국 중화국술 국가대표 선발대회 여자 개인 종합 부문 1위, 1990년 제3회 중화국술 아시아배 국제대회 여자개인종합 부문 1위, 1990년 제1회 중화국술 아시아 연맹 주석배 대회 여자개인종합 부문 1위, 1991년 제2회 중화국술 진수산 주석배 대회 여자 개인종합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업적으로 박 교수는 중화국술아시아연맹으로부터 '1990년도 한국 중화국술 최우수 여성 선수'로 뽑힌다.

    1997년에는 중화민국 전국 대학교 국술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여자 개인 북권 부문 1위, 여자 권술 대련 부문 2위, 여자 개인 창술 부문 1위)을 거뒀고 1998년에는 제3회 중화민국 전국 중정배 대회에서 창술 부문, 태극권 부문, 손빈권 부문, 종합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2000년 중화민국 전국대학교 국술대회 여자 개인 태극권 부문 1위 역시 박 교수의 몫이었다.

    이론 면에서도 내공이 탄탄하다. 박 교수는 지난 2006년 일본 카나자와대학에서 '16세기 이후 한·중·일 무예교류 연구'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해 중에는 타이완 사범대학에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박귀순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가 금나술(사진 위)과 삼관도(사진 아래)의 한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주례여고 졸업 후 영도에서 체육관을 할 때였어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관원들이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데 배운 게 없으니 제대로 답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중국무술을 좀 더 알기 위해 1994년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는데요, 오랫동안 무술을 하다보니 싸움 기술보다는 이론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만 문화대학교 체육학과를 거쳐 대만 국립사범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박 교수는 이곳에서 많은 고수들을 만난다. 문화대학교에는 중국 공산화로 인해 대만으로 건너온 무술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덕분에 무협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신비한 기술들을 많이 접했다.

    "혈을 누른다는 것도 실제 존재하는 기술입니다. 예컨대 상대방과 악수를 할 때 엄지손가락 부분의 혈을 누르면 그것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죠. 팔 신경에 마비가 오면서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든요."

    박 교수가 생각건대 중국무술의 매력은 그 안에 철학과 사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외겸전(內外兼全·내적 공부와 외적 공부가 같이 이뤄지는 것)'이 되지 않으면 한낱 싸움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만생활을 잠시 정리한 뒤 박 교수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중국과 한국, 일본의 무술을 다 알아야 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카나자와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동북아 세 나라의 무술 연관성을 파헤쳤다. 일본 내 한 도서관에서 '병법비전서' '무술조학' 등 우리나라의 무예도보통지와 유사한 책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에도시대 초서를 쓰여진 책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꼬박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박사학위 논문은 이런 노력 끝에 나왔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사회문제가 됐던 당시, 카나자와시에서는 지인들간에 박 교수가 공작요원으로 적합해 납치대상 1호라는 우스갯 소리가 돌았다. 일본·중국말이 되는 데다 무술까지 뛰어나니 잘 훈련만 시키면 훌륭한 특수요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 싸움은 피하는 게 상책

    이쯤에서 슬쩍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웬만한 남성들도 쉽게 제압할 수 있는데 한 번 무용담을 들려주시라는. 뜻밖에 그런 일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무슨 일이든 동기 제공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지 않죠. 무술한다고 티를 내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즉 동기를 제공하는 결과가 됩니다.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되도록이면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일상생활에서는 여성스럽게 생활을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이 말은 상대방이 도발하면 언제든지 물리칠 수 있다는 고수만의 자신감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박 교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빙긋이 웃었다.

    가상의 세계에서 박 교수는 영화배우 이연걸과 일합을 겨룬 적도 있다. 대만의 한 방송국 오락프로그램이 이연걸의 무술동작을 담은 비디오를 먼저 튼 뒤 박 교수에게 스튜디오에서 실제 동작을 선보이기를 요청했다. 이벤트성이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둘이 대결을 벌이면 승부를 가름하기 힘들다는 판정을 내렸다. 현장에 있던 이연걸도 박 교수가 상당한 실력자라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박 교수의 무술은 팔괘장 당랑권 사권 손빈권 팔극권 팔괘태극권 등 수종에 이른다. 다루는 무기 역시 검 도 봉 삼절곤 구절편 쌍절곤 등 수십종이다. 웬만한 사람은 무술 하나에 통달하기 위해 수년이 걸려야 하나 박 교수는 20여년 만에 이를 이뤄냈다. 자신의 말대로 미친 듯이 수련에 매진한 까닭이다.

    박 교수가 시연에 들어갔다.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절도가 있었다. 언뜻 허술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빈틈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공격해 오는 상대방이 박 교수의 단 한수에 공중에서 한 바퀴 돈 뒤 내동댕이쳐졌다. 상대의 급소를 단숨에 제압하는 금나술(擒拿術)이었다. 몇대 맞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남성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던 기자의 생각은 금세 사그러들었다. 용형검법(龍形劍法)의 동작에서는 섬뜩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중국무술 고수가 보는 진정한 실력자는 어떤 사람일까.

    "무술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무술인은 내재적인 이념과 생각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어떤 무술이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은 사실상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적 사상이 없으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위험이 되겠어요?"

    박 교수는 현재 영산대에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고 있다. 실력 유지를 위해 매일 아침 7~8㎞를 뛰고 태극권 등의 연습을 한다. 가르치는 데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에 무술에 대한 학문적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혼자서 교재를 새로 만들다시피 해 수업을 진행한다. 무술학과 학생들의 진로가 불투명한 것도 애로사항이다. 사회에서 올바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어긋난 길로 빠지는 수가 많다.

    "중국이나 일본쪽의 무술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 나라의 무술체계를 갖추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흔히들 무술이 전망이 없는 분야라고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내적 사상이 담긴 무술의 기본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나아가 학생들에게는 인성교육을 잘 시키는 좋은 교육자가 됐으면 하는 것이 지금의 바람입니다."


    # 중국무술이란

    - 태극권 소림권 등 종류 다양

    - 우슈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중국무술은 현재 전해지는 것만도 수없이 많다. 그런만큼 중국에서 무술은 생활의 한 일부분이다. 이른 새벽 중국의 공원에서 태극권 등을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현재 중국무술 가운데 스포츠로 정착된 것은 우슈다. 이 무술은 오래동안 중국의 민간에서 전승된 것으로 중국정부의 노력으로 지난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학교체육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우슈는 중국에서 전해지는 무술을 총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우슈는 경기우슈와 전통우슈로 나뉘기도 한다. 경기우슈는 북방무술인 장권과 남방무술인 남권, 단병기인 도술(刀術)과 검술(劍術), 장병기인 곤술(棍術)과 창술(槍術) 등이 있다. 또 산타(散打)는 체급별로 자유대련을 하는 종목이다. 전통우슈는 소림권 당랑권 팔괘장 취권 사권 손빈권 팔괘태극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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